[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저는 매일 하루에 두세 번씩은 주식(투자 권유) 문자 와요. ‘집중하세요’라는 문구로 시작해서 뭐라 주저리 문자 남기는데 지겹네요. 차단해놓으면 다른 폰 번호로 보내고. 짜증 남, 완전 X짜증.”
오늘(12일), 날짜와 겹치는 휴대폰 번호 소유자에게 잘못 걸려오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입니다. 예를 들어 2022년 12월 OO일에 ‘010-2022-12OO’ 번호의 휴대전화로 통화가 급증한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이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의 날짜를 전화번호로 착각해 잘못 누른 것이 대부분인데, 피해자들은 혹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비대면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훔쳐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금융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12일 금융감독원의 비대면 금융거래 민원에 따르면,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자신의 정보를 탈취하여 저축은행 및 신용카드사에서 비대면 대출을 받는 등 피해가 발생하였다며 대출금에 대한 채무면제를 요청했습니다.
또 B씨는 자녀 사칭 문자에 속아 휴대폰에 원격조종 앱을 설치하였고, 사기범이 휴대폰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금융계좌를 개설하였습니다. 이에 B씨는 금융회사의 본인확인 절차가 미흡했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비대면 금융거래 민원은 5069건이었습니다. 지난 4년간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업권별로 보면 전체 비대면 금융거래 민원 5069건 가운데, 은행이 48.8%(2472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 때 불편 사항과 금융 범죄 관련 민원이었습니다. 비은행권의 민원은 21.2%(1076건)로, 카드 결제와 리볼빙 등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명 불충분이나 카드 부정 사용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밖에 보험은 13.7%(693건)로, 주로 인터넷·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모집과정 중 설명 불충분이나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발생한 민원이었습니다. 전체 민원의 13.1%(666건)를 차지한 금융투자업권은 홈트레이딩 및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의 전산장애와 비대면 개설 계좌의 거래 수수료 관련 민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들이 ▲비대면으로 상품에 가입할 때 투자성향보다 위험성이 높은 경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화를 통한 보험 모집 권유에도 정확한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환대출 안내, 택배 알림, 지인 사칭 전화나 문자 메시지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반드시 진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좀 더 소비자 친화적인 거래시스템을 만드는 등 ‘친절한 금융씨’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진짜 지들(금융회사) 일방적” “전화로 자세한 상담이 가능할까?” “공인인증서 싹 다 없애고 본인 명의 폰 전화인증에 주민번호 인증 하나로만 해라. 미친 거 아니냐. 50대 부모님 세대만 해도 공인인증서 PC에서 모바일로 옮기고 모바일에 인증서 앱 깔고 이거 쩔쩔 매시는데 어휴 진짜” “앱으로 비대면 개설 또는 갱신하면 통장은 집으로 보내주냐!! 시간 남을 때 창구 가서 해야 통장도 받고 정확하지 않겠나 싶은데 실수도 없이” “고령층 인질로 고액연봉 받는 창구직원 싹 다 구조조정 해라. 어플 만들고 도움말 누르면 유튜브 찍어 놓은 거 틀어 다 알아먹는다”.
한편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수들은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를 꼽았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자성어를 추천한 박현모 교수는 “말만 하고 고칠 생각을 안 하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정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개과천선’(改過遷善)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