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네 번째 남매의 난, 벼랑 끝에 선 ‘재벌집 막내딸’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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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네 번째 남매의 난, 벼랑 끝에 선 ‘재벌집 막내딸’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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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대표, 거액 배당 요구하는 오빠·큰언니 공격에 사내 이사직 잃고 속수무책
주도권 잡은 오빠측, 매출·영업이익 늘면서 회사가치 높아져 재매각 시도 나설 듯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아워홈
아워홈 구본성 전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아워홈

범LG 가문 식자재 유통업업체 아워홈이 또 ‘남매의 난’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이달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것입니다.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아워홈을 세운 고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승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합세해 위력을 행사한 결과입니다.

29일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주주정기총회에서 구지은 대표와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를 비롯한 10여명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모두 부결됐습니다. 반면 구미현씨와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이는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스스로 주총에 올린 안건입니다. 구미현씨는 가정주부로 아워홈 경영에 관여한 바 없고, 이 전 교수 또한 기업 경영 경험은 없습니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입니다. 구지은 대표는 2004년 아워홈 입사 후 아버지 구자학 회장으로부터 네 남매 중 유일하게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워홈의 지분 구도는 구자학 회장 생전 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LG그룹 문화에 맞춰 장남에게 40%를, 나머지 세 자매에게 20%씩 증여됐습니다. 경영 능력과는 별개로 지분이 돌아간 것이죠. 남매의 난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도가 이때 만들어진 셈입니다. 

예상대로 2016년 구 전 부회장이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주장하며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면서 첫 번째 경영권 쟁탈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구지은 대표는 경영권에서 밀려났습니다. 2차 경영권 분쟁은 2021년 일어났는데,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논란을 일으키자 구미현씨는 구지은 대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당시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엔 구지은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아워홈이 2021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자 구미현씨는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서 공동지분매각을 선언해 혼돈에 빠졌습니다. 구본성·구미현 연합은 당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지만, 앞서 세 자매가 맺은 의결권 통일 협약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14일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 열린 고 구자학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아워홈
지난해 5월 14일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 열린 고 구자학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아워홈

이번 분쟁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배당이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지현 대표의 배당 축소에 구본성·미현 남매가 반기를 든 것이죠.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9835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3년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이 30억원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구미현씨는 456억원의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아워홈의 실적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8791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했으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급식업계 침체 등 여파로 2020년 1조6253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이후 2021년 1조7408억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2020년 93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영업이익 역시 2021년 257억, 2022년 537억, 지난해 943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에 아워홈의 기업 가치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구본성·미현 남매 측이 아워홈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2년 구본성·미현 남매는 58%가량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인수를 검토했으나, 세 자매의 공동 매각 합의서로 매각은 무산됐죠. 현재 이들 남매가 과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우호 인물로 이사회를 채우게 되면 매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지은 부회장이 이를 방어하기 위한 방법은 그닥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둘째 언니 구명진 이사 측까지 포함해도 지분은 총 40.27%에 그쳐 과반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배당액을 대폭 늘리며 구미현씨를 설득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에 아워홈 노조까지 나서 구지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워홈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회사 성장을 위해 두 발로 뛰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주주 오너들은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라며 “구본성 전 부회장은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본인 주식을 즉각 매각하고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이사직 수용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지은 대표는 지난해 5월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구자학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계승하여 진정한 경영자이자 리더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아워홈을 지키고 계승할 것을 다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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