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을 불태운 ‘참을 수 없는 매운맛’의 유혹(하) [오인경의 그·말·이]
상태바
삼양식품을 불태운 ‘참을 수 없는 매운맛’의 유혹(하)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5.21 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0년대 말 ‘우지 파동’ 이후 ‘라면 시장의 루저’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 인기몰이
/사진=삼양식품 페이스북
/사진=삼양식품 페이스북

라면 시장을 뜨겁게 불태우는 삼양식품이 경쟁사인 농심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점은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농심이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고는 하지만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삼양식품의 거침없는 진격 흐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 여러 도시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농심에 비해 100% 국내 생산에 의존하는 삼양식품의 수출 증가세가 그만큼 놀랍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분기별 영업이익을 비교해 보더라도 삼양식품이 농심의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은 모습이 뚜렷이 드러난다. 농심 신라면이 ‘매운맛’으로 널리 인기를 끌어왔는데, 그보다 훨씬 매운맛을 내세운 삼양식품의 전략이 해외시장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외형과 수익성 모두 대성공을 거둔 모습이다. K-푸드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매운맛 라면'이 앞으로 얼마만큼 더 오랫동안 뜨거운 인기를 누릴지 궁금하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삼양식품의 최근 실적이 워낙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탓에 농심의 실적이 다소 부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농심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도 무시하긴 어렵다. 농심의 해외법인 매출액은 2021년 이후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3조6761억원에 이른다. 해당 기간 총매출(10조751억원)의 36.5%에 이르며, 같은 기간 삼양식품 수출액(2조897억원)과 비교하더라도 1.8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농심의 영업이익률 또한 삼양식품에 비해서는 훨씬 낮지만 매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비록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는 바람에 다소 뒤처진 듯하지만, 농심 기준으로는 역대급 분기 영업이익(601억원)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게 사실이다. 2021년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규모 또한 농심(10조751억원)이 삼양식품(3조1297억원)보다 세 배 이상 많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겉으로 보기에는 좀처럼 변화가 없을 듯한 식품업계에서도 이토록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겨난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1980년대 말 ‘우지 파동’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소동을 겪은 이후 삼양라면은 ‘라면 시장의 루저’ 이미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들이 불닭볶음면을 처음 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망작이라는 세간의 혹평 때문에 생산 중단까지 검토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오늘날 불닭볶음면의 전 세계적 인기몰이가 놀랍기만 하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의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달러(약 147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전년 동기 대비 46.8% 증가한 수치이자 월별 최고 기록이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927억원으로 월 최고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추정되며 전체 한국 라면 수출의 63%를 차지했다”라는 소식이다. 농심 신라면이 개척하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불 지른 K-푸드의 매운맛이 얼마만큼 더 널리 확산할지 궁금하다. 참을 수 없는 매운맛의 열기가 기업 실적을 밀어 올리고 주가를 활활 불태우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