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메리츠증권 ‘M캐피탈 3000억 지원’의 진실, 금감원 보고 있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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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메리츠증권 ‘M캐피탈 3000억 지원’의 진실, 금감원 보고 있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6.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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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리스크 이어 ‘범죄혐의 연루 PEF에도 고리대금업’… ‘거래’를 공공 이익 행위로 포장
겨 묻은 M캐피탈, ‘오물 묻은’ 메리츠증권이 구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겨 묻은 M캐피탈, ‘오물 묻은’ 메리츠증권이 구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겨 묻은 M캐피탈, ‘오물 묻은’ 메리츠증권이 구한다? 지난달 29일 메리츠증권은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내용은 ‘메리츠증권이 유동성 위기에 몰린 M캐피탈에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라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먼저 1000억원을 긴급하게 공급했고, 이후 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인 것은 메리츠증권이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캐피털업계 위기 조기 진화’에 나섰고, ‘건설, 유통, 금융업계 위기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고 스스로 추켜세우며 ‘비 올 때 우산 씌워주는 금융사’라고 이미지를 각색한 부분이다. 통상 증권사의 기업금융은 철저히 위험과 수익을 계산한 고도의 기업 이익 추구 행위이므로 자신의 이익 전체를 기부 등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이상에는 ‘거래’를 공공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핑계하지 않는다. 기념비적 기업금융 계약을 성사한 경우는 가급적 건조하게 내용만 밝힌다. 그런데 왜 메리츠증권(대표 장원재)은 과도한 홍보를 한 것일까?

이번 M캐피탈 자금공급과 관련, 금융산업과 언론의 평가는 메리츠증권 보도자료와는 결을 달리하는 목소리가 꽤 크다. 기업금융에 정통한 언론은 <메리츠, 범죄혐의 연루된 PEF에도 고리대금업>이라는 충격적 제목으로 보도했다. 메리츠증권은 표면 금리 9%로 마치 저렴한 담보 대출을 재무 상황이 어려운 기업에 흔쾌히 공급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언론이 보도한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메리츠증권의 자금공급 취지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 자산을 바닥까지 긁어 대출 예정 금액의 2.5배에 달하는 7695억원을 양도담보 조건으로 거의 무위험 대출할 예정이다. ‘양도담보’란 담보한 자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대출을 못 갚을 때 채권자가 양도담보 자산에서 빚을 먼저 상환받는 계약 조건이다. 대출과 동시에 메리츠는 M캐피탈의 출자금, 사채, 인수 금융, 신탁 수익권 등 상당한 자산의 권리를 가져간다. M캐피탈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을 것으로 알려지며,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은 샤일록의 잔인한 계약 조건 ‘1파운드 살’을 상기할 것임이 틀림없다.

양도담보에 더해 논란거리는 대출 금리다. 메리츠증권이 제시한 10% 미만 금리는 새마을금고,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 NH투자증권 등이 제시한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의 금리 조건에는 스텝업 금리 조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텝업’은 신용이 악화하는 등 일정한 조건에 이르면 금리가 자동 상승하는 것으로, 자금 상황이 궁지에 몰린 채무자에게 일종의 독소 조항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24일 M캐피탈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했다. 유동성 대응력 하락, 수익 변동성 악화, 부동산 PF의 건전성 저하 등 문제로 현재 ‘A-’인 M캐피탈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스텝업 조항으로 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메리츠증권이 제공한 금리는 10%대 중반일 것이라는 평가이다. 결국 M캐피탈에 대한 자금 대여가 메리츠증권 주장처럼 공익성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M캐피탈이 메리츠증권의 가혹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데는 급박한 재무 상황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는 시장의 추측이다. 즉, M캐피탈을 둘러싼 사법적 환경이 불리한 조건을 적극 수용하는데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모펀드 출자 및 운용사 선정 비리와 관련한 뒷돈 거래 혐의로 M캐피탈 전 부사장 최우성, ST리더스PE(새마을금고와 M캐피탈 대주주인 스마트리더스홀딩스 지분 98.3% 소유, 사모펀드 관리 운용사 및 GP) 전 대표 최원석, 새마을금고중앙회 기업금융부 전 팀장 최우석을 지난해 6월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운전기사 출신인 최우성 전 부사장이 ST리더스PE와 새마을금고가 자행한 불법 비리의 교량 역할을 한 것으로, 새마을금고의 한심한 내부 통제와 행정안전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최악의 금융 사건이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이 차등 선고했는데, 오는 5일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새마을금고는 범죄혐의가 있는 GP를 대체하려 했으나, ST리더스PE가 이를 거부했고,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모펀드 출자자도 동의하지 않았다.

겨 묻은 M캐피탈, ‘오물 묻은’ 메리츠증권이 구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겨 묻은 M캐피탈, ‘오물 묻은’ 메리츠증권이 구한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 이유는 먼저 ST리더스PE가 GP로서 매년 25억원의 운용 수수료를 받는데, 막다른 골목에 처한 GP 임직원이 최후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GP 교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ST리더스PE가 선임한 M캐피탈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임직원도 GP 교체 시 해임될 가능성이 커 ST리더스PE와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시장에서는 추정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미묘한 이해관계 틈을 메리츠증권이 파고들었다. 메리츠증권은 ST리더스PE가 GP 지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리한 담보 대출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언론은 이 같은 상황을 제도권 금융회사가 범죄 현장에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정상은 아니며, 1980년대 무자비한 명동 사채시장 비즈니스를 메리츠증권이 복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은 메리츠증권이 사법 비리에 얽힌 M캐피탈에 대출하기 직전인 지난달 22일, 메리츠증권 임직원이 부동산 PF 관련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이다. 다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해 오는 28일 불구속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메리츠증권 등 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기획 검사를 했고, 지난 1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메리츠 임직원은 내부자 정보로 가족법인과의 거래로 100억원대 불법 매매차익을 사취했다. 다만, 이러한 불법 행위는 2014년에 발생했던 이유로 공소 시효가 지나서 검찰이 기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소는 못 했어도 이 같은 행태는 메리츠증권의 불법 행위 뿌리가 깊다는 것을 시사한다. 해당 금감원 조사가 한창일 무렵인 지난해 10월, 국회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과도한 부동산 PF 폭리 추구, 이화전기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과 내부 통제 위반 사실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이에 메리츠금융그룹은 최희문 부회장 체제로 장기간 이익 추구 경영을 한 메리츠증권의 위기를 느꼈는지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장원재 대표로 사장을 교체했다. 결국 오랫동안 부동산 PF 불법에 얼룩진 메리츠증권이 또 다른 부동산 PF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몰락하기 직전 회사인 M캐피탈을 구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이를 두고 메리츠증권은 자칭 ‘금융산업 구원투수’라고 세상에 고(告)하고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파렴치’(破廉恥)라 말한다.

점입가경인 것은 메리츠증권이 올해 1분기 실적을 기관투자자에 발표하는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 IB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물론 메리츠증권 자기자본은 1분기 말 6조원을 넘어 신청 기준인 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키움, 신한, 하나증권 모두 ‘내부 통제’ 문제가 초대형 IB 인가의 걸림돌이었다. 최근 벌어지는 내부 통제 문제 및 불법 행위를 보면 이들 증권사보다 메리츠증권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홈페이지.
메리츠금융그룹 홈페이지.

메리츠증권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자본시장의 질서가 극도로 혼탁해지는 것을 체감한다. 금감원은 진정한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은 PBR이나 배당률,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이는 메리츠증권이 오랫동안 보여준 영업 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메리츠금융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We say growth in Numbers’라고 표기돼 있다. 숫자를 사랑하는 전형적인 신고전파 경제학적 구호이며, 돈 버는 데 진심인 그들의 생각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돈 버는 데 진심인 메리츠증권에 초대형 IB라는 더 큰 도구를 손에 쥐어 줬을 때, 얼마나 큰일을 구상하고 벌일지 벌써 걱정이 든다. 물론 현장에서 검사하며 여러 사익 추구 또는 불법 행위를 확인한 금감원은 이와 같은 우려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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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2024-06-11 19:17:12
도대체 이 언론 기자는 메리츠한테 뭘 떼인건지 악의기사 뿐이네 ㅋㅋ 배당이 많다고 뭐라하지않나.. 기업이 이익추구하는건 당연하거늘 사심은 좀 빼세요 언론답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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