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이익 47% 챙겨간 농협중앙회, 지출내역 투명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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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이익 47% 챙겨간 농협중앙회, 지출내역 투명 공개해야”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6.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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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외부 감시에 횡령 사고 빈발, 중앙회장 과도한 퇴직금도 문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기검사를 통해 취약한 지배구조 바로잡아야”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의 수익이 배당, 농업지원사업비 등 명목으로 과도하게 농협중앙회로 집중되고 있지만, 세부 지출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데다 취약한 감시 구조로 막대한 자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개선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는 11일 <농협금융지주 이익을 농협중앙회가 독식>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고, 농협중앙회가 독특한 지배구조를 이용해 농협금융지주의 인사권과 돈줄을 쥔 채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수익을 과도하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은 농협중앙회가 매년 농협금융지주를 통해 얻는 수익이 관련법에 명시된 ‘농협 회원의 공동의 이익 증진과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외부감사 ▲빈번한 횡령사고 발생 ▲농협중앙회 회장의 과도한 퇴직금 지급 등을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짚었다.

소비자주권 조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배당으로 2019년 5000억, 2020년 3470억, 2021년 9730억, 2022년 6750억, 지난해 7000억원 등 최근 5년간 3조1950억원을 받았다. 2019년 대비 지난해 배당은 40.0% 증가한 금액이다.

농업지원사업비는 2019년 4135억, 2020년 4280억, 2021년 4458억, 2022년 4502억, 지난해 4924억원으로 5년간 2조2301억원에 달한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5년간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배당과 농업사업지원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이 5조4251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농협중앙회가 최근 5년간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배당과 농업사업지원비 명목으로 받은 금액이 5조4251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5년간 배당과 농업지원사업비를 합치면 5조4251억원으로 농협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의 평균 47.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많은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농협금융지주는 배당금과 농업지원사업비 산정에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배당금은 농협금융지주 이사회가 결정한다고 돼 있지만, 주주총회에서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 승인이 필요하다. 농업지원사업 부과율은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결정 후 농협금융지주에 통보한다.

농업사업지원비는 농협중앙회를 통해 전국 각지 단위농협으로 재분배돼 농민의 영농자금 등 지원에 쓰이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순이익 정산 후 이익을 중앙회에 올려주는 배당금과 달리 농업지원사업비는 순이익 계상 전에 영업외비용을 충당하는 자금이다. 단위농협 등에 대한 지원을 위해 농협금융의 연간 영업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셈이다.

소비자주권은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농협중앙회가 당초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농업지원사업비의 세부 지출내역을 대내외에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농협중앙회가 세부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 청구 등 가용한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은 최근 농협은행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직원들의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농협금융만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 금융감독원의 최근 발언에 초점을 맞추고 취약한 내부통제 문제점도 지적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09억여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은행 지점 대출 담당 직원이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년8개월 동안 담보물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준 것이 자체감사에서 밝혀졌다. 또 2022년 6월에는 수십억원대 횡령사건이 세차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도 광주시 지역농협 직원이 스포츠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렸고, 서울중앙농협 구의역지점에선 직원이 고객 10여명 명의를 도용해 50억원을 대출받아 횡령했다. 파주시 지역농협에선 한 직원이 5년간 76억원을 빼돌려 가상자산 투자 등에 사용했다.

소비자주권은 또 회장 교체 시기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지는 농협중앙회 회장들의 과도한 퇴직금 지급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2016년 최원병 전 회장 퇴임 땐 11억1800만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에 질타가 쏟아졌고, 2020년 김병원 전 회장 퇴임 땐 편법·위법 여지가 있는 지급으로 구설에 올랐던 일을 꼬집었다.

소비자주권은 “일반기업이라도 구설에 오를 만한 액수인데 연 농업소득 900만원 시대, 농민들의 사회·경제적 위상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농협중앙회장이 받는 과도한 연봉과 퇴임공로금은 농협의 기업화, 협동조합 정신 상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2012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으로 농협의 경제·신용사업은 지주회사 대표들이 책임지고 있고, 중앙회장은 교육·지원사업과 대외활동을 담당하는 비상임 명예직인데 맡은 업무에 비해 명백히 과한 수준의 연봉·퇴직급여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농협금융지주가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며 금감원이 이번에 실시하는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지지와 농협은행의 ▲경영전반 ▲지배구조의 취약점 ▲수익배분구조의 적절성 ▲주요출자자(농협중앙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여부 등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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