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최근 대형 계약 등 반영한 새로운 조건 내놓을지 주목
전기자동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이 국내 1000명 이상 기업 사상 최장의 ‘노사 임단협 무교섭·무분규 타결’ 기록까지 멈추게 할 것인지 주목됩니다.
1997년 이후 지난해까지 27년 동안 교섭 없이 양측의 의견 교환으로 임단협을 마무리 지었던 전통을 이어가던 포스코퓨처엠이 이번 달 시작된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 인상률 등 큰 이견을 보여서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 사측은 올해 본격 임단협 전 의사 교환 단계에서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임금 인상률과 100만원의 복지포인트 지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제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게다가 올해는 짝수 연도로 단체협약도 갱신하는 해여서 노조는 다양한 내용의 복지 요구 등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모두 의견 교환 단계에서 노사가 합의를 이뤘지만, 올해는 양측의 제안 내용 격차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무분규는 몰라도 적어도 무교섭으론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죠.
포스코퓨처엠의 임단협이 이처럼 꼬이게 된 이유는 어려워진 업황으로 인한 실적 부진 때문입니다. 사측이 그동안 고공행진했던 실적을 바탕으로 종업원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해 줬지만, 올해는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해서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8400만원입니다. 이는 직전 연도 7800만원보다 7%가 넘게 오른 금액입니다. 이는 영업이익이 2021년 1216억원에서 2022년 1658억원으로 442억원이나 상승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우선 지난해 영업이익이 358억원으로 직전 연도(2022년)보다 1300억원 급감했습니다. 게다가 올해에도 영업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 상반기 영업이익은 406억원으로 부진했던 지난해 724억원보다 44%(318억원)나 줄었습니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소재 사업 전반에 대한 투자 계획도 시장 상황에 맞춰 정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와 2027년까지 포항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우기로 했던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원료 생산 공장 계획을 철회했고요. 또 OCI와 함께 세운 피앤오케미칼(P&O Chemical) 지분 51%를 OCI에 전량 매각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은 극적인 실적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일 1조8454억원(달러 기준) 규모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해 연매출 4조7598억원의 38%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계약 상대방은 고객사와 비밀 유지를 이유로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 캐즘을 돌파할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대규모 계약이 노조 측과의 임단협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은 기저효과로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되고, 대형 계약 효과가 두드러지는 내년 이후엔 본격적인 실적 정상화가 예상된다”면서도 “현재는 재고 누적과 공장 가동률 둔화로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과 사업 효율화로 어려운 만큼 노조가 원하는 조건은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사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는 지혜로 30년을 향한 ‘무교섭 타결’을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