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그룹이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Hanwha Machinery & Service Holdings)를 인적 분할하고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이 독립 경영하기로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면서, 이제는 한화그룹 금융 부문을 맡은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승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김동원 사장이 지배하기를 희망하는 금융 산업은 다른 사업 부문과는 달리 규제가 강하고 영업은 물론 금융과 운용 리스크도 크며 막대한 자본력과 안정성이 필수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사장이 한화 금융 부문을 승계하고 경영하기 위한 첫 번째 난제는 그의 취약한 지분이다. 한화그룹 금융 부문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생명의 지배주주는 ㈜한화이다. 한화생명 김동원 사장의 지분은 고작 0.03%에 불과하다. 취약한 지분뿐 아니라 한화생명 대표이사도 아니고, 공식 직함은 ‘최고글로벌책임’이면서 ㈜한화 등 총수 일가의 지분에 기대 경영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김동원 사장의 경영권은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에게 절실한 것은 한화생명의 지분을 늘리는 것임은 당연하다. 다행히 그에겐 ㈜한화 지분 5%와 한화에너지 지분 20%(5%는 최근 매각)가 있다.
김동원 사장의 한화그룹 계열사 지분가치는 그가 보유했던 한화에너지 지분율 25%(최근 5%를 매각했으나 총 지분가치 추산을 위해 포함) 기준으로 약 1조7983억원(한국투자PE에 5% 블록딜 매각가격 주당 4만815원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속·증여세 등 승계 비용을 고려하여 어림계산으로 약 1조원 이상은 한화생명 지분 매입에 쓸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김동원 사장은 ㈜한화와의 지분 맞교환 등으로 25% 안팎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면 김동원 사장은 현재도 실질적으로 한화그룹 금융 부문을 이미 지배할 수 있다는 가정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느 재벌의 경영권 대물림 과정에서 그렇듯이 승계의 완성까지 지주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최근 주가는 승계를 준비하는 김동원 사장에게 다소 우려를 줄 만하다. 한화생명 주가는 오랫동안 주당 3000원대에서 머물다가 지난달 23일 7560원까지 상승했으나 곧 하락해 현재는 4500원 내외에서 등락 중이다. 만약 한화생명 주가가 9000~10000원까지 상승하면 김동원 사장의 승계 비용은 배가하며,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 매입 재원 1조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한화생명 지분율은 10~12.5%로 급격히 줄어든다. 주가 상승으로 승계 전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대한생명 인수 직전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3조5500억원에 이른다. 지난 달 26일 기준 한화생명 시가총액이 약 4조1081억원이므로, 기업가치는 불과 16%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한 이후 24년이 지났지만 한화그룹은 한화생명의 성장을 가져오지 못했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시장은 한화생명이 역성장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불편한 시장평가는 한화생명의 낮은 주가자산비율(PBR)에 반영하고 있다. PBR은 영업활동에 투자하고 운영 중인 기업 순자산을 주식시장 투자자가 얼마로 평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로 1 이하일 때 경영의 비효율을 표현한다. 지난 3분기 기준 한화생명 PBR은 0.27배로 보험업계 최하위이다. 또한 최근의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0.23배에서 2029년에는 0.19배로 추정해서 시장평가는 더 악화한다고 시장 전문가는 보고 있다.
시장에서 한화생명의 업계 최저 PBR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점이다. 이러한 한화생명의 낮은 PBR 원인을 필자가 직접 AI(인공지능)를 통해 확인해 봤다. 그 결과 크게 여섯 가지 원인을 지적했는데 ▲보험업 자본 규제와 신종자본증권 의존 자본구조 ▲보험 손익 변동성 ▲금리와 할인율 민감도(장기 듀레이션)가 가장 취약하다고 예시했다. 이 세 가지는 보험업계에 적용하는 회계기준이 장부가 기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경영·시장리스크이다. 위험을 수익원으로 하는 보험회사 경영은 이제 수익원인 보험 수익이 미래 위험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고위험 산업이 됐다. 장부가 시절인 과거와 달리 보험업 경영은 고도의 위험 평가와 금융 이해력, 자본 완충력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시장은 PBR을 통해 한화생명 경영진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한화생명 보유 지분 10%를 내년 말 예보채상환기금 만기 연장 없이 청산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다만, 예금보험공사는 즉시 지분 매각 추진은 확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공적자금 백서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한화그룹 1조820억원을 포함해 2조5200억원을 회수했고 미회수 공적자금은 1조300억원이다. 추정하면 예보가 3조5500억원 회수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한화생명 주가가 1만1000원에 달해야 하는데, 주가가 4500원 수준인 현재 지분 매각설이 나오는 것은 한화생명의 저PBR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예보가 판단했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김동원 사장의 승계에는 이상의 시장평가에 더해 금융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규제도 만만치 않은 장애가 될 것이다. 김동원 사장이 최대 주주가 되려면 <보험업법>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지분’에 의해 최대 주주 자격 심사를 금융당국이 시행하고 허가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김동원 사장은 2015년부터 한화생명에서 혁신, 디지털, 해외투자 등 분야에서만 근무했으며, 이력 어디에도 보험 전문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또한 그의 해외 유학 기간 전공도 금융보험업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과거 사건·사고 이력을 볼 때 ‘건전’과는 거리가 먼 사법처분을 받은 기록도 있다. 김동원 사장이 천신만고 끝에 승계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한화생명 거버넌스가 시장의 저PBR 시각을 교정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