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생명보험 매각 본입찰에 참가했다. 흥국생명은 한국투자금융지주, 한화생명과 함께 지난 7일 오후 3시 마감 시한에 최종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옛 금호생명을 인수했고, 2014년부터 여섯 차례나 매각하려다가 번번이 실패한 만큼 이번 매각 대상 선정이 중요한 평가 요소일 것이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올해 5월 말 기준 보유계약 금액 57조원으로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KDB생명을 인수하면 보유계약 금액이 42조원 증가한 99조원으로, 단숨에 KB라이프생명을 따돌리고 8위로 뛰어 오른다. 게다가 이번 KDB생명 매각조건에 산업은행의 5000억원 이상 증자도 딸린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인수 자금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다만, 매각 입찰 참가자들은 1조원 가량의 증자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진다.
흥국생명은 1973년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이 인수했다. 한때 지속 성장가도를 달렸으나 2019년 이후부터 역성장했다. 2004년 갑자기 총수로 등장한 이호진 회장이 이번 KDB생명 인수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대가로 흥국생명의 역성장을 단숨에 만회할 기회인 이유다. 이 때문인지 다른 응찰자보다 흥국생명의 행보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처럼 흥국생명이 성장할 기회에 위협으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KDB생명 인수를 가장 원하는 최대 주주 이호진 전 회장이 될 확률이 높다. 앞서 태광그룹 이호진 최대 주주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임직원, 특히 임원으로 등재한 부인과 조카 등 가족에게 허위 급여 지급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3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태광컨트리클럽 골프연습장 공사비 6억원을 대납하는 등 다수의 사건과 관련,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5월 12일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는 그가 흥국생명의 대주주라는 점이다. 흥국생명이 공시한 1분기 기준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이호진 전 회장은 최대 주주로 47.73% 지분을 보유했고, 그와 특수관계에 있어 한 몸으로 보는 동일인 측 지분은 93.76%이다. 자료 3은 이호진 전 회장이 절대적인 흥국생명의 지배자임을 보여준다.
현행 금융회사 관련 법 체계는 대주주가 돈이 많다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본보기를 보이도록 강제한다. 먼저 <보험업법>은 최대 주주가 횡령·배임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대상으로 기소되면 최대 주주로서 불이익이 크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이 경우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10%로 제한한다. 특히 <상호저축은행법>은 주식 처분까지 명령할 수 있어 대주주 이호진 재판이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태광그룹 계열인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에 대한 정기적 대주주 자격 심사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 흥국생명을 인수할 당시 창업주는 사법 리스크로 인해 대주주 자격에 저촉될 일이 없었다. 그러나 현 최대 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은 다르다. 그는 2011년 기소되어 2019년 대법원에서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 조세 포탈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6억원 형을 확정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최근까지 대주주 규제를 받지 않았는데, 이는 <금융회사의지배구조에관한법률>이 2016년 8월 시행됐고, 법원에서 범죄가 시행일 이전에 일어나 소급 적용 금지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이호진 최대 주주의 대주주 자격 심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뿐 아니라, KDB생명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금융업 인허가·승인 심사중단제도를 도입했는데, 대주주가 형사소송·금융위·금감원·공정위·국세청·검찰 등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면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중단·보류 할 수 있다. 만약 이번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서 흥국생명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다면, 금융위가 대주주 이호진 전 회장의 검찰 기소가 끝날 때까지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업은행이 굳이 그런 모양새를 감수하고 흥국생명을 인수자로 선택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