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덜덜덜 떠는 ‘ELS 헤지 손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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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덜덜덜 떠는 ‘ELS 헤지 손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3.11.1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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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끊이지 않는데 또 대형사고… 리스크 한도 관리 부실, 조직적 위험 은폐 배제할 수 없어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홍콩H지수가 2021년 2월 고점에서 지난해 11월 52% 하락해 반 토막이 났다가, 지난 9일 현재는 다소 회복해 전 고점에서 43% 빠진 상태다. 이에 따라 비이자 이익을 좇아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에 전력투구한 은행들이 비상이 걸렸다. 윤안홍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8월 말 기준 14조5664억원어치의 홍콩H지수 ELS를 팔았고, 이 중 5조438억원이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했다. 판매 잔액 중 2024년 상반기 만기는 2694억원인데, 이 중 1150억원이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출처=신한투자증권
/출처=신한투자증권

ELS는 지정한 주가지수와 연계하여 약속한 방식으로 수익(또는 손실)을 만기에 확정하는 금융상품이다. 주가지수를 기초로 수익(또는 손실)이 파생하고 거래소 밖에서 거래하므로 장외파생 상품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또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의 대표 지수로 항셍지수를 H라는 약자로 표현한 것이다. 홍콩H지수는 변동성이 높아 ELS 기초지수로 자주 활용하는데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내 개인 투자자를 울렸다. 녹인이란 주가지수가 일정 하한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스텝다운형 ELS에서 하한 이하로 주가지수가 내려가는 때를 말하며, 이후에는 약속한 고정 수익 지급조건은 사라지고 만기 주가지수와 최초 가입 기준 주가지수의 차이를 평가해서 수익 또는 손실을 지급한다.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주가 하락 상태이므로 대부분은 만기에 심각한 수준의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은행별 판매 잔액을 보면 KB국민은행이 7조8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각각 2조원 이상을 팔았으나 다행히 우리은행은 400억원에 불과했다. 이 수치로부터 과거 해외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의 부정 판매로 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는 등 우리금융은 무리한 위험 금융상품 판매의 호된 교훈을 얻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안도하기는 이르다. 우리은행은 엉뚱한 곳에서 ELS 관련 대형 사고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ELS 판매 영업이 아닌 ELS 운용 영업에서 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ELS 파생 거래에서 962억원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자체 리스크관리 실태 점검으로 평가 손실을 발견했고 트레이딩부도 평가 손실을 인지했으며,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6월 말 결손에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자체 정밀검사를 통해 관련 직원 징계를 위한 인사협의회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LS는 증권의 일종으로 증권회사가 발행하고 유통하는데, 증권 중개가 제한된 기타 금융회사는 ELS 펀드나 신탁이라는 금융상품 수단을 이용해 고객에게 판매한다. 증권회사가 ELS를 발행하면 ELS 만기에 고객이 수취할 수익 기회의 반대 처지에 있으므로 고객 수익은 곧 발행한 증권회사의 손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증권회사는 ELS 만기에 발생할 손실을 방지하는 조치를 하는데 이것을 헤지(hedge)라고 한다. 즉 헤지는 ELS와 정확하게 반대하는 투자 결과가 나오도록 대응 투자를 하는 것인데, 고도의 투자 역량과 경험을 가진 인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므로 기존 증권회사도 대형사만 직접 ELS 헤지를 시행한다. 그런데도 이 ELS 헤지를 우리은행 자금시장그룹이 상품화해서 장외시장에서 B2B 채널로 증권회사에 판매했다. 증권회사도 취급에 신중한 고위험 증권업무인 ELS 헤지를 은행이 취급했다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또한 우리은행은 올해 반기 사업보고서에 이문기 부행장을 파생상품 업무 책임자로 공시했는데, 그의 경력에서는 오래전 해외 MBA를 받은 것 외에는 트레이딩, 특히 장외파생 업무 경험이나 역량을 읽기 어려워 또 한 번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공시에 따르면 그는 오히려 기업영업 전문가로 보인다. 별도 장외파생 전문팀을 부행장 산하에 고용할 수는 있으나 이럴 때도 담당 최종 책임자는 업무를 이해하고 통제할 역량을 가져야 한다. 회사 자본을 이용해 부담 위험을 크게 투자할수록 기대수익과 해당 팀의 성과 배분이 커지므로 이러한 업무의 사전·사후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LS 헤지 등 장외파생 업무는 회사 재무에 고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업무와 관련 영업은 정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 리스크관리는 이사회 주요 업무의 하나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회사가 감당할 주요 업무별 최고 손실을 추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업무별로 승인·배정하며 그 범위 내에서 각 부서는 투자·영업 활동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우리은행 ELS 헤지 손실 규모를 보건대, 리스크 한도 관리의 부실이나 조직적인 위험 은폐의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영업 위험의 은폐는 담당 팀의 성과 배분 구조와 경영진의 성과지향 강도와도 관련성이 깊은 것이 보통이다. 물론 우리은행은 내부 점검으로 자체 발견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여러 가지 석연찮은 점을 따지면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우리은행의 2022년 횡령·유용은 5건에 701억원이었다. 임종룡 회장, 조병규 은행장은 취임 이후 내부통제를 강조했으나 올해 5~6월, 지점 직원이 시재금 7만달러를 또 횡령했다. 결국 우리은행 직원의 신의성실에 대한 외부 신뢰가 계속 무너지는 상황이다. ELS 헤지 손실은 우리은행 일반 고객과는 직접 관련은 없어 부당 판매 비난은 없으나, 너무 큰 재무적 손실로 우리금융 주주가치는 직접 훼손됐고 이를 감독하지 못하거나 방조한 경영진의 무책임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래저래 우리은행에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모르긴 해도 조병규 은행장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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