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그룹, 경북 포항 건기식 생산단지 건설 PF자금 유치 나서 주목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놓고 어머니, 누이와의 분쟁에서 소액주주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회생한 장남 임종윤 사장이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상속세 납부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경영권까지 매각할지, 아니면 다른 묘수를 낼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미그룹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2020년 별세하면서 아내 송영숙 회장, 임종윤·종훈 형제와 딸 임주현 부회장 등 일가에게 총 54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습니다. 이들은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서 납부할 수 있는데, 4차 납부 기한이 이달 말입니다. 지난 3년간 주식담보 대출로 절반가량을 냈지만, 나머지 금액이 큰 부담입니다. 송영숙, 임주현 모녀가 OCI와 통합을 추진한 것도 상속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상속세 부담은 온전히 경영권을 차지한 임종윤·종훈 형제의 몫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와 누이의 지분까지 인수해야 온전하게 그룹을 안정시킬 수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25일 금융투자(IB)업계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임 사장은 본인이 홍콩에 세운 코리그룹과 국내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Dx&Vx(디엑스앤브이엑스)를 통해 상속 자금 마련과 그룹 완전 장악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계획은 투트랙으로 진행하는데 우선 형제는 외국계 사모펀드(PEF)에게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경영권을 보장받고 향후 몇 년 동안 콜옵션을 부여받아 다시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매각 대상 PEF로는 KKR과 베인캐피탈 등이 거론됩니다.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른바 ‘파킹딜’이라는 방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코리그룹과 Dx&Vx는 자금 마련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 사장이 경영하는 한미그룹의 지원을 받아 두 기업을 키우고 이들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아 PEF에 넘긴 지분을 되사온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임 사장이 코리그룹과 Dx&Vx를 키우는 정황은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IB업계에 따르면 코리그룹이 경북 포항에서 건기식 생산시설과 백신 및 의약품 생산 시설 등을 건설하기 위한 부동산 PF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자금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지역활성화 펀드를 포함해 136억원이며, 이자율은 6%, 2035년 하반기 만기 상품입니다.
코리그룹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시행하는데 ▲코리그룹 계열사인 코리포항이 후순위 ▲경북도 및 포항시 중·후순위 ▲지역활성화펀드 및 민간투자자 중순위 자금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포항 북구 흥해읍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부지 5만1846㎡에 연면적 3만1350㎡ 규모의 연구동 및 생산동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한미그룹과 코리그룹, Dx&Vx의 건기식 공장과 백신 및 의약품 생산, 디지털 헬스케어 리서치센터, 진단의료기기 생산 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 생산 거점이 되는 셈입니다. 해당 시설은 Dx&Vx, 한국바이오팜, 코리포항, 에빅스젠 등 코리그룹 관계사에 임대 및 분양하고, 분양 대금은 펀드의 청산 대금으로 활용됩니다.
임종윤 사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가 하락으로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 상황에 처한 가운데, 최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재 보유 주식의 97%에 육박하는 물량이 질권 담보로 잡혀 있고, 2분기 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계약 규모가 여전히 1000억원을 넘어 상환 및 연장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지분을 누군가에게 넘겨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인데, 임 사장은 6월 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미그룹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포함한 그룹 경영 방향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임종윤 사장이 다시 몰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어떻게 넘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