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덱스 ETF는 싸구려? ‘삼성생명이 망치는’ 삼성자산운용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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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덱스 ETF는 싸구려? ‘삼성생명이 망치는’ 삼성자산운용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6.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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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경력 없는 삼성생명 출신 부문장 배치 부작용… ‘대주주’ 빌미 경영 간섭 이어질 듯
삼성생명의 대주주 경영에 멍드는 삼성자산운용.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삼성생명의 대주주 경영에 멍드는 삼성자산운용.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홈페이지에 지난해 말 기준 운용 관리자산(AUM)이 313조원이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점유율 1위라고 자랑하는 초대형 금융회사 ‘삼성자산운용’. 사람들은 대부분 덩치가 크거나 힘센 사람 또는 조직을 보면 막연히 독립적이고 강한 힘을 스스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현실에 부닥치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확인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국내 1위 삼성자산운용에 대해 전해지는 소식들이 그렇다.

자료 1. /출처=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 재구성
자료 1. /출처=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 재구성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펀드와 일임 자문 자산의 순자산가치는 347조원이다. 자산운용업권 전체로는 1619조원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점유율 21.41%로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과는 줄곧 2배 이상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놀라운 성적이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의 최근 행보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2021년 말 이후 자산운용 시장은 약 29조원 성장했는데, 이 성장분 가운데 20%인 6조원을 삼성자산운용이 가져갔다. 가져간 몫이 시장 점유율 이상이니 불만일 것 없으나,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2위인 미래에셋의 성장 추세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 성장 부문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2%를 점유해 평균 점유율보다 2%p 이상을 더 가져갔다.

자료 2. /출처=KRX의 ETF 자료 재구성
자료 2. /출처=KRX의 ETF 자료 재구성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ETF 시장의 경쟁 상황이다. 자산운용 산업에서 사모펀드와 일임 자산 비중이 커지고 있으나, 지난달 말 기준 공모 펀드 비중은 급격히 위축해 약 26% 수준인 424조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펀드 판매회사의 신뢰 추락으로 ETF가 공모 펀드의 명맥을 살리고 있으며, 자산운용회사의 대중적 평가에 ETF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02년 대한민국 최초 ETF, ‘KODEX200’을 설정한 이후 순자산가치 기준 ETF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이 같은 아성이 무너졌고 일시적이 아니라는 징후가 뚜렷하다.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말 42.6%에서 계속 하락하더니 4월에 40% 이하로 추락했고, 5월 말에는 39.2%까지 주저앉았다. 2021년 말 이후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는 21조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삼성은 6조3000억원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의 7조4000억원 증가와 비교해 1조원 이상 뒤지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당연히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설상가상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28일 39%가 깨져 38%대로 내려갔다. 이처럼 삼성자산운용이 곤경에 처하자, 삼성 금융그룹의 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나섰다. 삼성그룹의 금융 부문은 금융복합 기업집단으로 금융위원회가 지정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지주회사 격이고 삼성자산운용의 100%, 삼성카드의 79.77% 지분을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ETF 브랜드 KODEX에 18조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도 KODEX에 지난해 7000억원, 올해 1조30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가 지난달 29일 2000억원 이상 KODEX ETF를 매입한 덕으로, 지난달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39%를 겨우 회복했다. ETF는 거래소 시장을 통해서 경쟁매매를 통해 매수하지만, 이러한 계열 금융회사 유효수요 유지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는 ‘일감몰아주기’와 유사한 행위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행위는 같은 돈이 금융회사를 전전하며 광의의 통화량을 늘리는 것으로 전형적인 ‘회계 부풀리기’와도 같다.

자료 3. /출처=삼성자산운용 ‘2023 영업보고서’
자료 3. /출처=삼성자산운용 ‘2023 영업보고서’

이처럼 금융 계열사 지원이 가능한 구조는 삼성자산운용 처지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강점일 것이다. 그러나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이 같은 구조에는 폐해가 따르기 마련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생명 출신의 경력관리 코스로 이용되고 있어 산업 이해와 경험, 그리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자산운용업 성장에 장애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사장 자리는 삼성생명 출신이 꿰차기 일쑤였다. 2021년 12월 취임한 현 서봉균 사장은 이례적 사례로, 올해 12월 임기 만료 시 삼성생명 출신(현 부사장 유력)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영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상근 임원 중 삼성생명 출신이 5명이나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눈에 띄는 인사는 지난해 12월, ETF 부문장을 삼성생명 인사가 해당 직무를 부사장으로 격상하면서까지 맡은 것이다. 올해 3월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갑작스러운 인사에 소시에테제네랄증권 출신 기존 ETF 부문장은 1년 만에 자리를 내어놓고 ETF 부문에 남아있다. 삼성생명에서 마케팅 경험이 없는 인물이 치열한 ETF 시장에 배치된 것인데, 해당 인물이 손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형적인 경력관리형 인사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번 사례를 보면 다음 사장 인사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료 4. /출처=삼성자산운용
자료 4. /출처=삼성자산운용

그러나 신임 ETF 부문장이 등장한 후 기대와는 달리 자료 2에서 보는 것처럼 삼성자산운용 ETF는 위기 징후가 뚜렷했다. 그러자 다급했던지 지난 4월 19일 삼성자산운용은 업계 1위임에도 가격 인하 출혈 경쟁을 시작한다. 미국 대표 지수를 기초로 하는 ETF 4종의 보수 인하를 전격 시행한 것인데, 1억원 기준 회사 수익이 5만원에서 9900원으로 80%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경제학 이론대로 가격을 인하해 유효수요가 증가한다면 기업의 총판매가 증가하므로 영업이익 총량은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료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시장 점유율 감소가 멈추지 않았다. 가격 인하 전략이 먹히지 않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인데, 해당 부문장은 급기야 관계사 투자 지원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편 영업이익 감소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금융소비자의 신뢰가 주요 원료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인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일반 대중은 물론 금융소비자의 인식을 널리 지배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의 펀드는 수많은 위기 속에 위험관리와 투자 능력으로, 또한 수십 년 동안 지속한 광고·홍보 비용으로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쌓아왔다. 금융투자 상품 보수는 바로 이 신뢰의 가격이다. 그러나 이번 가격 인하 정책으로 고급 금융투자 상품이었던 KODEX ETF는 저가 상품으로 하루아침에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와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 보수 인하는 개념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특정 ETF는 물론 전반적인 삼성자산운용 편드는 상당 기간 고객 보수 인하 압박에 시달릴 것임이 틀림없다. 금융투자 상품 이해가 부족한 인물의 개념 없는 기용으로 삼성자산운용의 성장 궤도는 하방 압력이 생길 것 같다. 삼성생명이 대주주 자격으로 하는 경영 행태는 삼성자산운용에 깊은 멍을 남길 것이 틀림없다. 또한 이러한 경영 행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라 삼성자산운용을 아끼는 이들의 걱정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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