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에 죽 쑤는 뉴보텍 주가, ‘무상감자’의 비밀 [이슈&웰스]
상태바
자본잠식에 죽 쑤는 뉴보텍 주가, ‘무상감자’의 비밀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5.23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잠식 지속에 상장폐지 우려되자 무상감자·유상증자 결정해 ‘주가 급락’
대주주 사익 채우려 회사 망가졌는데 소액주주에게 책임 떠넘겨 강력 반발
뉴보텍 황문기 회장과 강원도 원주시 공장 전경. /사진=뉴보텍 홈페이지
뉴보텍 황문기 회장과 강원도 원주시 공장 전경. /사진=뉴보텍 홈페이지

코스닥 상장사 뉴보텍이 최근 무상감자를 결정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가에서 논란입니다. 뉴보텍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적자경영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부실 경영을 한 책임을 소액주주들에게까지 전가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2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뉴보텍은 지난 14일 장 마감 후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80% 비율의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공시한 무상감자 계획에 따르면 뉴보텍은 최근 보통주 5주를 같은 액면주식 1주로 병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는 6월 26일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감자안이 통과되면 뉴보텍의 발행 주식 수는 4156만45주에서 831만2009주로 감소합니다. 감자기준일은 7월 11일, 신주상장예정일은 8월 2일입니다.

뉴보텍이 무상감사를 결정할 정도로 부실화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업계와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황문기 뉴보텍 회장이 자신의 관계사로부터 매수한 사업의 부실 영업권이 전액 손실 처리되면서 회사의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황 회장은 2018년 한거희 뉴보텍 전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된 후 회사를 인수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을 시작했습니다. 

PVC 상·하수도관과 빗물저장시설 등을 생산하는 뉴보텍은 2019년 12월 ‘에코라인’이라는 회사으로부터 폐기물 처리 사업권을 80억원에 양수해 재생사업본부를 출범시킵니다. 에코라인의 ‘폐기물 종합재활용사업’ 관련 자산, 부채, 계약, 조직 등 일체를 받아 새 사업을 벌인 것입니다. 

당시 양수한 사업의 순자산은 16억원이었는데, 64억원을 영업권으로 얹어 사들였습니다. 뉴보텍 측은 이 사업부에서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5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이후 매년 실적이 성장해 지난해엔 매출액 139억, 영업이익 1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해 ‘매입가 8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사업부는 매입 이듬해인 2020년 매출 84억원과 영업이익 4억원을 올렸지만, 2021년에는 매출이 75억원으로 감소했고 순손실이 40억원이나 발생했습니다. 이어 인수 4년 만인 지난해에는 매출이 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죠. 매입 당시 추정한 139억원과 비교하면 110억원의 매출 차이가 발생한 셈입니다.

뉴보텍은 이처럼 재생사업본부의 실적이 저조하자 매입 당시 회계상 영업권 42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합니다. 뉴보텍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결손금이 쌓인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왜 에코라인의 폐기물처리 사업권을 비싼 영업권까지 매입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의문은 쉽게 풀리는데요. 에코라인은 2011년 황문기 회장이 설립한 법인이라는 것이죠. 황 회장이 2017년까지 100% 지분을 보유했고, 이후 문영호씨가 대표를 맡아 지분을 일부 취득하긴 했지만, 황 회장의 지배력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문영호 대표는 2019년 에코라인의 폐기물처리 사업부를 뉴보텍에 양도한 뒤 황 회장이 보유한 ‘상호수지’라는 회사의 대표에 선임됐습니다. 상호수지는 당시 뉴보텍의 최대주주였습니다.

결국 황문기 회장이 자신의 관계회사 사업권을 비싼 값에 팔아 뉴보텍을 망가뜨린 셈입니다. 게다가 에코라인은 확보한 현금 80억원 가운데 18억원을 2019년 말 갑자기 누군가에게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려주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인 2019년 말 뉴보텍은 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합니다. 또 이때 황 회장의 부인 우숙 부사장은 최대 주주인 ‘에코’라는 법인의 자금 18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합니다. 공시에는 에코가 18억원을 모두 ‘(주)****’에서 차입했다고 나와 있어 어디에서 빌렸는지는 모르지만, 에코라인에서 발생한 대여금과 금액 및 시기가 일치해 의문이 듭니다.

한편 뉴보텍은 지난 14일 공시 발표 후 장이 재개된 16일 659만주가 거래되면서 전 거래일 대비 28.08% 빠진 415원으로 급락한 이후 현재까지 400원대 초반의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뉴보텍의 무상감자후 유상증자 조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아무런 보상 없이 줄이면서 다시 주주의 돈으로 자금을 확보한다는 의미”라며 “오랜 기간 투자한 일반 투자자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오너가 회사를 어렵게 하기 위해 새 사업을 벌인 것은 아니겠지만, 만일 자본잠식으로 인한 무상감자까지 이르게 한 경영 판단이 본인과 일가의 사익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사법적인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